포옛의 무리수? 이동국 카드에 서류 탈락

2026-08-19 22:17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꼽혔던 거스 포옛 감독이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서류 전형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시즌 전북 현대를 이끌며 K리그1과 코리아컵 우승을 일궈낸 포옛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가장 앞서 나가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주말 그에게 서류 심사 불합격 통보를 전달하며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번 탈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축구와의 소통을 위해 꺼내 들었던 '이동국 코치 카드'였다. 포옛 감독은 대표팀 내 가교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지도자 경력이 없는 이동국 용인FC 테크니컬 디렉터를 코칭스태프 사단에 포함시켰다. 과거 벤투 감독의 최태욱 코치나 클린스만 전 감독의 차두리 코치처럼 현지 사정에 밝은 인물을 기용해 리더십을 강화하려던 전략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독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된 기계적 정량 평가 시스템이었다. 이번 공채는 감독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함께 지원한 코치진 5명 전원의 경력을 수치화하여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 우승 이력과 활동 연수 등을 점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이동국 디렉터의 포함은 사단 전체의 평균 점수를 깎아먹는 요인이 됐다. 결국 유력 후보였던 포옛 사단은 서류 통과 기준선에 미달하는 황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축구계 내부에서는 이번 공채 기준의 형평성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지도자들에게는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 등 까다로운 요건을 요구하는 반면, 외국인 지도자에게는 경력 위주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등 기준 설정 자체가 불균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내 코치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행정적 수치 계산에 막혀 좌절된 점은 향후 대표팀 운영에도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포옛 감독 입장에서는 대표팀 지휘봉을 향한 두 번째 도전 역시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2년 전 클린스만 선임 당시에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으나 낙마했던 그는, 이후 전북에서 지도력을 입증하며 화려한 복귀를 꿈꿨다. 비록 수석코치의 징계 문제로 팀을 떠나야 했던 아픔이 있었지만, 이번 대표팀 공채를 통해 명예 회복을 노렸던 그의 계획은 서류 탈락이라는 허망한 결과로 끝이 났다.

 

한편 협회는 포옛 감독을 제외한 도메네크 토렌트, 헤수스 카사스 등 서류를 통과한 5명의 외국인 후보를 대상으로 이번 주 면접을 진행한다. 최종 선임될 임시 감독은 오는 9월 24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가을 A매치 4연전을 포함해 총 6경기를 지휘하게 된다. 유력 후보가 행정적 절차에 막혀 사라진 가운데, 협회가 어떤 대안으로 성난 축구 팬들의 민심을 달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