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실 예물 '장', K-푸드 발효의 뿌리 찾다
2026-08-11 18:25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생을 꿈꾸며 인간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미라로 만들었다. 기원전 150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 어깨살 미라는 당시 사람들이 사후 세계에서도 생전의 풍요로운 식사를 이어가길 원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고기를 단순히 말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값비싼 식물 수지를 발라 향을 더하거나 정교한 나무 상자에 담아 보존했다. 냉장 시설이 전무했던 시절, 부패를 늦추고 생존을 도모하려 했던 필사적인 노력이 오늘날 고고학적 유물로 남아 우리에게 당시의 식문화를 전하고 있다.음식 보존의 핵심 원리는 미생물이 번식하는 데 필수적인 수분을 통제하는 '수분활성도' 조절에 있었다. 고대인들은 경험을 통해 햇볕과 바람으로 물기를 제거하면 음식이 오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원전 1400년경 이집트 벽화에는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줄에 매달아 건조하는 가공 과정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수천 년 전의 인류가 이미 과학적 원리를 삶의 지혜로 체득하여 식재료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금은 물을 직접 증발시키지 않고도 식품의 보존성을 높이는 마법 같은 재료였다.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미생물 세포 내부의 수분을 뽑아내는 염장법은 고대 로마에서 대규모 산업으로 발전했다. 스페인 남부의 유적지에서는 생선과 소금을 층층이 쌓아 삭히던 거대한 석조 수조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화산 폭발로 멈춰버린 폼페이의 가룸 상점에서는 2,000년의 세월을 견딘 생선 소스의 흔적이 발견되어, 로마인들이 즐겼던 감칠맛의 정체가 현대의 액젓과 유사했음을 증명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는 우유를 치즈로 변모시켜 영양을 보존했다. 최근 중국 사막의 미라 곁에서 발견된 흰색 덩어리는 3,500년 전의 치즈로 밝혀졌는데, 분석 결과 오늘날 케피어 발효에 쓰이는 유산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상하기 쉬운 액체 상태의 우유를 미생물의 힘으로 응고시켜 단단한 고형분으로 바꾼 기술은 인류가 미생물을 길들여 식량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동양의 발효 문화 역시 독자적인 궤적을 그리며 발전했다. 신라 신문왕 시절 왕비의 예물로 장과 젓갈이 포함되었다는 기록은 장류가 당시 최고위층의 식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메주를 띄워 곰팡이와 세균의 효소 작용을 이용하는 한국의 장 담그기는 보존을 넘어 맛의 깊이를 더하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소금물 속에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며 만들어지는 간장과 된장은 한 항아리에서 태어난 두 가지 맛의 기적으로 불릴 만하다.
인류의 역사는 곧 음식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한 투쟁의 역사와 같다. 보존을 위해 시작된 건조와 염장, 그리고 발효는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며 각 지역의 독특한 풍미와 식문화를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냉장고의 등장으로 보존의 절박함은 사라졌지만, 고대인들이 빚어낸 감칠맛과 향은 여전히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썩어 없어질 고기를 영원한 제물로 바꿨던 이집트인의 간절함은 이제 현대인의 미각을 자극하는 위대한 유산으로 재탄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