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70%가 병명 몰라, 밤잠 설치는 다리 통증

2026-07-22 22:38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다리에 정체 모를 불쾌감이 밀려와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리 안쪽이 간질거리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때로는 쥐어짜는 듯한 통증으로 인해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증상의 정체는 ‘하지불안증후군’이다. 국내 성인의 약 5.4%가 겪고 있는 이 신경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병률이 15%에 달할 만큼 흔하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실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30%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다수 환자가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홀로 밤마다 고통을 견디고 있는 셈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나며,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낮보다는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집중되어 만성적인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 환자의 80%가량은 자는 동안 다리가 주기적으로 움찔거리는 사지운동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최대 5배까지 많이 발생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다리가 저리고 무겁다는 이유로 하지정맥류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의학계에서는 이 질환의 핵심 원인으로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불균형을 지목한다. 도파민 합성에 필수적인 철분이 뇌 내부에 부족할 때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혈액검사에서 빈혈 수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뇌 속 철분 대사에 문제가 있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만성 신부전이나 당뇨, 임신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어린 나이에 발병할수록 가족력이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 중 하나는 치료 과정에서 파킨슨병 약물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지불안증후군과 파킨슨병은 발병 기전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생성 세포 자체가 파괴되는 퇴행성 질환인 반면, 하지불안증후군은 세포 소실 없이 도파민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다. 따라서 하지불안증후군이 파킨슨병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치명적인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다만 방치할 경우 우울감이나 집중력 저하 등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는 원인 질환을 해결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철분 수치가 낮다면 철분제를 투여하고, 수면 장애가 심각한 경우에는 도파민 작용제 등 약물 처방을 병행한다. 다만 도파민 계열 약물은 장기 복용 시 오히려 증상을 앞당기거나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엄격한 관리하에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증상이 가벼운 초기 단계라면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상에서의 관리법은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카페인이 든 음료나 술, 담배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므로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대신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거나 다리 마사지, 온열 팩 등을 활용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통해 철분 흡수율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단순한 잠버릇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