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무력 충돌 재개, 흔들리는 중동 평화
2026-07-09 22:58
지난달 극적으로 성사됐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가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양국이 다시 무력 충돌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세계 에너지 보급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은 해협 관리권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기며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중동 정세는 다시 한번 일촉즉발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사실상 끝났음을 시사하며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이란을 향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더 이상의 거래는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이틀 연속 이란 관련 시설에 공습을 가하자 이란 역시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천명하며 맞불을 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핵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질서'를 누가 규정하느냐에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해협 내 항로 설정을 두고 벌어지는 신경전은 물리적 충돌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란은 자국 해안에 인접한 항로 이용을 강요하며 실질적인 관리권을 행사하려 시도 중이다. 반면 미국은 오만 해안 쪽 항로를 권고하며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 지침을 따르지 않는 선박에 위협을 가하고, 미국은 이를 빌미로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유일한 동력이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란 지도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서방의 압박에 맞설 '황금무기'로 규정하고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제적 고립을 우려해 해협 봉쇄를 자제해왔으나, 올해 초 수뇌부가 사망하는 피해를 입은 이후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다. 이란은 경제 제재의 전면적인 완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인 해협 통제권을 먼저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합의 파기와 기습 공격으로 쌓인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변수 때문에 장기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처지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자극에 따른 유권자들의 반발이 선거 승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해협 재개방을 위해 더 강력한 무력 사용을 주문하고 있지만, 경제적 역풍을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이해관계가 호르무즈라는 좁은 수로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후속 협상은 시작도 못한 채 양해각서는 종잇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해협 운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없이 서둘러 휴전에 서명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일부 유조선들이 이란의 요구에 따라 항로를 변경하는 등 해상 운송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상호 수용 가능한 절차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든 전면전의 발화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