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서 중국·홍콩 자본 전면 차단

2026-06-12 20:42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나스닥 상장을 목전에 두고 중국 및 홍콩 투자자의 공모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12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 소재 자본의 유입을 전면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이번 IPO에서 특정 국가의 자금을 조직적으로 배제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과 제조를 넘어 첨단 기업의 자본 조달 단계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국가 안보와 정부 사업 수주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미국 정부와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렸으며, 미 국방부의 핵심 우주 안보 사업을 수행하는 주요 파트너다. 향후 오픈AI 역시 상장 과정에서 유사한 제한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중국 자본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 우려와 미 정부 사업 참여 시의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첨단 기술 기업들이 자본의 국적을 엄격히 따지기 시작한 셈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투자 규제 기조도 이번 조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간 미 행정부는 안보 심사 기구를 통해 민감 분야에 대한 외국 자본 유입을 면밀히 감시해 왔으며, 주요 중국 기업들을 군 연계 명단에 올려 관리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페이스X의 행보가 지식재산권 보호와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보편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자본의 탈동조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투자 지형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공식적인 투자 길이 막힌 중국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이들은 위안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스페이스X나 오픈AI 같은 인기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추종하는 토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간접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화 유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러한 변칙적인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토큰은 실제 주식 소유권이나 의결권을 보장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위험한 투자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본 시장에서의 배제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가 핵심 소재 공급망에서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궤도상 태양광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막대한 양의 갈륨과 폴리실리콘이 필요한데, 이들 소재의 전 세계 생산량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맞서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공급망의 대중 의존도는 스페이스X의 미래 사업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우주 업계는 스페이스X의 상장을 강력한 자극제로 받아들이며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랜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 중국 민간 우주 기업들은 재사용 로켓 시험 성공을 발판 삼아 자국 증시 상장을 서두르며 '중국판 스페이스X'가 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민간 기업에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개방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자본의 장벽이 오히려 중국 우주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고 경쟁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