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미 휴전안 거부 "항복 없다"

2026-06-05 22:39
 미국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휴전 중재안이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미 국무부는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 지역의 무장 해제와 헤즈볼라 철군을 골자로 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공표했으나, 정작 전장의 주역인 헤즈볼라는 이를 '항복 문서'로 규정하며 즉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역시 자국 북부의 안전을 이유로 점령지 철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평화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 형국이다.

 

헤즈볼라의 수장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자체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무장대원의 철수를 전제로 한 휴전 요구는 적의 목표 달성을 돕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일축하며,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 없이는 어떠한 저항 중단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레바논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촌극'이라 비하하며, 폭격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 역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영토의 약 20%를 장악한 채 설정한 '완충지대'를 포기할 기색이 전혀 없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북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 주둔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실제로 리타니강 인근에서 헤즈볼라와의 근접 교전을 지속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수차례 휴전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대피령과 로켓 공격이 일상화된 상태가 이어지며 실질적인 종전과는 거리가 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지의 대립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진행 중인 거대 종전 협상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평화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완전한 휴전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이 침공 이전의 국제 국경선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며, 공세가 지속될 경우 헤즈볼라 지원을 위해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중동 전체의 전운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유가 안정과 대외 성과를 위해 이란과의 협상 타결을 자신해왔으나, 레바논 전선의 교착 상태는 그의 외교적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은 레바논 정부군이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시범 구역을 조성해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배제하려 하지만, 무력을 보유한 헤즈볼라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 한 종이 위의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막바지에 터져 나온 당사자들의 거부권 행사는 미국의 중재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결국 레바논 남부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미국과 이란이 추진하는 포괄적 평화 안착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의 점령 지속과 헤즈볼라의 항전 의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양측의 무력 시위는 리타니강 유역을 넘어 중동 전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국제 사회는 미국의 중재안이 실질적인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며 다시 대규모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