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물질 PPS03, 전이암 잡는다

2026-06-05 22:27
 국내 연구진이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암을 효과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고분자 신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진홍 교수와 분당차병원 최경화 교수 공동 연구팀은 5일, 내성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신물질 'PPS03'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치료 대안이 거의 없었던 불응성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이며, 암세포의 대사 특성을 역이용한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구의 핵심 타깃인 간세포암은 초기 치료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가 잦아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특히 반복된 항암 치료로 인해 내성이 생긴 암세포는 기존 전신 치료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큰 골칫거리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정상 세포보다 흡수 활동이 월등히 활발한 암세포의 생리적 특징에 주목했다. PPS03은 이러한 차이를 감지해 암세포 내부로만 집중적으로 침투하도록 설계되어 치료 효율을 극대화했다.

 


암세포 내부에 진입한 PPS03은 셀레노메티오닌과 철 이온을 방출하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 내 활성산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잉 생산되면서, 암세포는 스스로 괴사하는 경로를 밟게 된다. 활성산소를 이용한 암세포 사멸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정상 세포까지 함께 파괴하는 부작용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PPS03은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진입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의 손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PPS03이 암의 전이와 재발을 주도하는 '암 줄기세포'의 특성까지 억제한다는 점이다. 암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제 공격에도 살아남아 나중에 암을 다시 키우는 원인이 되는데, PPS03은 이들의 생존력을 약화시켜 근본적인 재발 방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종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암의 장기적인 관리와 완치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된다.

 


임진홍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신물질이 내성 전이암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정상 세포에 대한 공격성을 낮춰 항암 치료의 고질적인 부작용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까지 간의 정상 세포에서는 낮은 독성이 확인되었으나, 신체 내 다른 장기나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지 '생체재료학(Biomaterials)' 최신호에 실리며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PPS03의 개발은 항암제 내성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현대 의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향후 임상 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와 대량 생산 공정 최적화에 주력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불응성 암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치료 옵션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