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13년 만에 '정몽규 시대' 종언
2026-05-29 20:50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으로서 13년 동안 한국 축구의 행정을 책임졌던 정몽규 회장이 마침내 용퇴를 결정했다. 정 회장은 29일 공식 성명을 통해 다가오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뒤 협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표팀이 본선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소명임을 강조하며, 월드컵 기간만큼은 팬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당부했다.이번 사퇴 선언으로 지난 2013년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해 4선 고지까지 점령했던 정 회장의 장기 집권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협회를 이끌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악화된 여론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구체적인 사임 시점은 월드컵 폐막 이후인 7월 말이나 8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이며, 협회는 정 회장의 공식 사직서 제출 일정에 맞춰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보궐 선거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재임 기간은 영광보다는 논란으로 점철된 후반기가 뼈아팠다. 특히 2023년 승부조작 연루자들을 포함한 축구인 100명에 대한 기습 사면 시도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투명한 행정 절차와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의 특혜 의혹 등은 협회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리를 지켰으나, 계속되는 비판 여론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대표팀 명단 발표 당일 골프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축구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월드컵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협회 수장이 보여준 무관심한 태도는 '정몽규 퇴진' 목소리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정 회장 측은 이번 결정이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본인을 향한 비난이 대표팀 선수들에게까지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스스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성명서에서 그간의 논란과 비판을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홍명보호가 북중미 현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협회 관계자 역시 회장의 결단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다만 그가 추진해온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등 주요 정책 기조는 차기 집행부가 구성될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는 이제 '포스트 정몽규'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0년 넘게 이어진 1인 체제가 무너지면서 축구계 내부의 권력 지형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차기 회장 선거에는 허정무 전 감독이나 신문선 교수 등 과거 경쟁자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앞두고 터져 나온 수장의 사퇴 소식에 축구계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