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스마트폰으로 변신? 현대차 SDV 시대 전격 선언

2026-04-30 18:14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를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전격 공개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음 달 출시를 앞둔 '더 뉴 그랜저'에 최초로 적용될 이 시스템은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집결시킨 결과물로, 기존의 차량 사용자 경험을 스마트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티투닷을 비롯한 그룹 내 핵심 연구진이 직접 참여해 개발한 이 플랫폼은 직관적인 조작성과 강력한 연결성, 그리고 개방형 생태계를 3대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테슬라를 넘어서는 이동 경험을 목표로 삼았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운전자의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한 디스플레이 구성에 있다. 16대 9 비율의 대화면 중앙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최적의 비율로 제공하며, 안전을 고려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인터페이스를 대폭 간소화했다. 화면 분할 기능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보면서도 차량 제어나 미디어 시청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주행 중에는 주변 사물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해 운전자의 상황 인지 능력을 돕는다. 또한 운전자 정면에는 슬림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속도와 경로 정보 등 핵심 주행 데이터를 운전자 취향에 맞춰 3분할로 조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선 분산을 최소화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글레오 AI'라는 이름의 지능형 에이전트로 형상화되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구축된 글레오 AI는 단순한 음성 인식을 넘어 사용자의 대화 맥락과 주행 환경을 스스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 근처 맛집 알려줘"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에도 이전 대화 이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장소를 추천하며, 공조 장치 조절과 라디오 재생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세 가지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놀라운 연산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뒷좌석 승객의 장난 섞인 제어 명령을 안전상의 이유로 거부하는 등 실제 비서와 같은 판단력을 갖춰 스마트폰 이상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외부 개발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앱 마켓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스마트폰처럼 자신이 원하는 앱을 차량에 직접 설치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네이버 지도나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대중적인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향후 게임과 차량 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이 예정되어 있다. 외부 개발사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는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를 제공함으로써, 차량 출고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차량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가 정립한 대화면 중심의 직관적 UI를 수용하면서도 완성차 제조사만의 강점인 주행 안정성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행과 직결된 핵심 제어 영역은 견고하게 유지하되 인포테인먼트 영역에서는 유연한 확장성을 부여하는 이원화 구조를 채택한 것이다. 이는 IT 기업 기반의 전기차 업체들이 놓치기 쉬운 자동차 본연의 안전 가치를 지키면서도 최신 소프트웨어 트렌드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연구진은 플레오스 커넥트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자동차가 사용자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능형 공간으로 변모하는 시작점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등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스템 도입을 시작으로 향후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 SDV 기술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한 차원 높은 이동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현대차의 확신은 다음 달 베일을 벗을 더 뉴 그랜저를 통해 실제 도로 위에서 검증받게 된다. 고도화된 AI 기술과 개방형 플랫폼이 결합된 이번 차세대 시스템이 테슬라가 주도해온 스마트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