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사실 누더기였다?
2026-04-13 18:48
흔히 ‘인체의 신비’라 불리는 우리 몸이 사실은 완벽한 설계의 산물이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적 타협으로 만들어진 ‘누더기’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인체가 무에서부터 최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구조를 조금씩 수정하며 환경에 적응해 온 결과라는 시각이다. 우리가 겪는 많은 질병과 불편함이 바로 이 진화의 역사에서 비롯된다.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직립보행의 대가로 얻게 된 척추 질환이다. 본래 네 발로 걷는 동물의 척추는 수평 구조물로서 내장을 지지하고 유연한 움직임을 담당했다. 하지만 인류가 두 발로 서면서 척추는 체중을 수직으로 감당해야 하는 기둥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은 현대인이 흔히 겪는 허리 통증과 디스크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출산의 고통 역시 진화적 타협의 결과물이다. 효율적인 직립보행을 위해서는 골반이 좁아야 하지만, 태아의 커진 뇌가 통과하기에는 이 통로가 너무 비좁다. 이 상충하는 두 가지 조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결과, 여성은 극심한 산고를 겪게 됐다. 이는 이동의 효율성과 지능 발달이라는 두 가지 이점을 모두 취하려 한 진화의 딜레마다.
우리 눈의 구조적 결함도 흥미롭다. 인간의 망막은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 세포 앞에 신경 다발이 위치하는 ‘역방향’ 구조다. 이 때문에 빛이 신경층을 통과해야만 시세포에 도달할 수 있고, 신경 다발이 뇌로 빠져나가는 지점에는 시세포가 존재하지 않아 시야가 비는 ‘맹점’이 생긴다. 평소에는 뇌가 이 빈 공간을 채워주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턱이 작아지면서 생긴 사랑니 문제나, 쉽게 막히고 감염되는 부비동의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질긴 음식을 섭취하던 시절에 비해 턱은 작아졌지만 치아의 개수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사랑니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졌다. 또한 코 안의 빈 공간인 부비동은 배출구가 위쪽에 있어 분비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목소리를 내는 데 관여하는 ‘되돌이후두신경’이다. 이 신경은 뇌에서 후두까지 바로 연결되지 않고, 가슴까지 내려가 대동맥을 한 바퀴 감은 뒤 다시 목으로 올라오는 매우 비효율적인 경로를 따른다. 이는 물고기였던 조상의 아가미 주변 신경이 목이 길어지는 진화 과정에서 재배치되지 않고 그대로 늘어났기 때문이며, 이 기묘한 구조 탓에 수술 시 손상될 위험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