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20년 뒤 치매 부르는 '6가지 진짜 신호'

2025-12-16 18:58
 중년에 겪는 우울증이 노년의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우울하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위험을 안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에 따르면, 수많은 우울 증상 중에서도 유독 20년 뒤 치매 발병 위험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진짜 위험 신호’는 단 여섯 가지뿐이었다. 이는 우울증이라는 진단명 자체보다 중년기에 어떤 증상을 겪고 있는지가 치매 예방에 훨씬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이 25년간의 추적 관찰 끝에 밝혀낸 ‘치매를 부르는 6가지 우울 증상’은 다음과 같다. 바로 ▲자신감 상실 ▲문제에 직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무력감 ▲타인에 대한 따뜻함이나 애정 결여 ▲지속적인 긴장감과 신경 과민 ▲자신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족 ▲집중력 저하가 그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자신감 상실’과 ‘문제 대처의 어려움’은 각각 치매 위험을 무려 50%나 높이는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지목됐다. 역설적이게도 흔히 우울증의 대표 증상으로 알려진 수면 장애, 우울한 기분, 심지어 자살 사고 등은 장기적인 치매 위험과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유독 이 여섯 가지 증상만이 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까. 연구팀은 이 증상들이 사람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인지 활동을 급격히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긴장 상태에 있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독서, 학습처럼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피하게 된다.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장기화되면, 뇌가 손상이나 질병을 이겨내는 힘인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뇌의 방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노년을 맞이하게 되면서 치매에 더 취약해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1985년부터 영국 공무원 1만여 명을 추적해 온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신뢰도가 높지만, 한계점도 분명 존재한다. 연구 대상자의 72%가 남성이었고 92%가 백인이었기 때문에, 이 결과가 여성이나 다른 인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우울증=치매’라는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우리가 중년기에 어떤 심리적 신호에 집중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