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1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사업 부문별 최고책임자(C-Level) 제도를 도입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무신사는 12일, 조남성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 신임 대표는 앞으로 재무, 법무, 홍보, 인사 등 경영 지원 전반을 총괄하며 기존의 CHRO 역할도 겸임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전문화된 영역에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여 실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무신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C레벨 책임제'의 전면적인 도입이다. 무신사는 내년 1월부터 사업 실행과 사업 지원을 담당하는 2인의 각자 대표 체제 아래, 각 비즈니스 영역을 책임지는 C레벨 임원들을 배치한다. 최고커머스책임자(CCO), 최고브랜드책임자(CBO), 최고글로벌책임자(CGO) 등 사업의 핵심을 이끄는 자리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전문 영역에 이르기까지 총 9개 부문의 C레벨이 신설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최고디테일책임자(CDeO)'라는 직책으로, 이는 고객 경험의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무신사의 집요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신사는 C레벨 임원들에게 막강한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한다. 이들 책임 임원들은 1년 단위의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받게 되며, 이에 따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직책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C레벨 임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자의 영역에 깊이 몰입하며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한편, 지난 1년간 무신사를 이끌어 온 박준모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기술 분야의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평가 아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당분간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개인적인 다음 도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경영 체계 개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무신사의 야심 찬 포석이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스타트업처럼 작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대기업 규모의 조직에 이식하겠다는 것이다. 패션 시장의 트렌드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무신사의 이번 '조직 혁신' 실험이 과연 글로벌 성장을 가속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