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했던 선수가 '왕'이 되어 돌아왔다…삼성, 9년 만의 재회

2025-12-03 18:02
 2026 KBO리그 FA 시장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살아있는 전설' 최형우의 행선지가 마침내 결정됐다. 선택은 9년 만의 친정팀 복귀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3일, 최형우와 계약기간 2년,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26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2016시즌을 끝으로 KIA 타이거즈로 떠났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9년 만에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고 대구로 돌아오게 됐다. 삼성 구단은 "타선에 확실한 무게감을 더해줄 베테랑 영입으로 팀 전력을 강화했다"며 그의 가세가 구자욱, 디아즈, 김영웅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좌타 라인에 엄청난 파괴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최형우와 삼성의 인연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지만, 당대 최고의 포수였던 진갑용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고 2005년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경찰청 야구단에서 절치부심한 그는 2군 무대를 완전히 평정했고, 이를 눈여겨본 친정팀 삼성의 부름을 받아 극적으로 복귀했다. 2008년, 그는 만 25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이후 KBO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하며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 왕조'의 4번 타자로서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특히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에 터뜨린 역전 끝내기 2루타는 삼성 팬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을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삼성 왕조의 중심이었던 그가 팀을 떠난 것은 2016시즌 종료 후였다. 첫 FA 자격을 얻은 최형우는 4년 총액 100억 원이라는 당시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고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며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유니폼을 바꿔 입었지만 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KIA에서 보낸 9년 동안에도 리그 최정상급 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으며, 2017년과 2024년 두 차례나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우승 청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에 이어 KIA에서도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우승 반지를 추가한 그는 KBO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적인 FA 이적 사례를 남겼다.

 

어느덧 만 42세의 베테랑이 됐지만, 그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보였던 2025시즌에도 타율 3할 7리, 24홈런, 86타점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시즌 후 세 번째 FA 자격을 행사한 그는 당초 원소속팀 KIA 잔류가 유력해 보였으나, 타선 보강이 절실했던 친정팀 삼성이 과거의 에이스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고, 결국 9년 만의 '컴백 스토리'가 완성됐다. 바로 전날 시상식에서 거취를 묻는 질문에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던 그는 하루 만에 삼성 복귀를 확정 지으며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