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상 받고 KIA 선수로 소감…이태양이 웃으며 던진 뼈있는 한마디

2025-11-25 17:45
 FA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둔 베테랑 투수 이태양(36)이 스스로 한화를 떠나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2025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자신을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1군에서 뛸 기회를 잡지 못한 채 한 시즌을 더 허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4년 총액 25억 원의 계약보다 우선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의 지명을 받았고, 공교롭게도 이적이 확정된 지 불과 닷새 만에 열린 KBO 시상식에서 한화 소속으로 이뤄낸 퓨처스리그 승리상을 수상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제는 KIA 타이거즈 선수가 된 이태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트로피에 새겨진 ‘한화 이글스’라는 문구를 보며 아쉬움 섞인 농담을 던지면서도 새로운 팀에서의 활약을 다짐하며 복잡했던 심경과 이적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태양이 한화를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로서의 경쟁력’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 때문이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음에도, 1군에서는 14경기 등판에 그치며 승리 없이 1패만을 기록했다. 그는 “다른 분들이 봤을 때 모를 수 있지만, 난 그래도 내가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1년을 올해처럼 보내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야구선수로서 마운드에 계속 서고 싶다는 열망이 ‘안정’보다 컸던 셈이다. 그는 “한화를 떠난다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과 아기를 생각하면 야구를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구단에 먼저 면담을 신청했다”며 자신의 선택이 선수 생명 연장을 위한 절실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경문 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며 “선수 입장이면 (섭섭함은) 당연한 거다. 그런데 그런 걸 먼저 생각하기보다 프로야구는 감독님들마다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이 있다. 내가 그 부분을 못 맞췄다고 생각한다”고 성숙하게 답했다. 특정인에 대한 원망보다는 스스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퓨처스리그에서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한화 손혁 단장에게 “저랑 (안)치홍이를 보내더니 바로 강백호를 잡아오셔서 그런지 얼굴이 너무 좋으신데요”라며 농담을 건넬 만큼, 구단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마무리했음을 보여줬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는 팀을 떠나는 아쉬움과 더불어 자신을 증명하고픈 강한 동기부여가 동시에 느껴졌다.

 

이제 이태양의 시선은 새로운 둥지인 광주를 향한다. 그는 “야구를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디펜딩 챔피언인 KIA의 탄탄한 전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KIA에 하루빨리 합류해서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 잘 어우러진 뒤 내년 KIA가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범호 KIA 감독 역시 “아프지 말라. 우리가 필요해서 지명한 것이니 잘 준비해 달라”는 말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광주로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선수로서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오를 기회를 잡은 그의 얼굴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비장함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