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 최초’로 해냈다…10년 공들인 ‘토지’ 완역본, 결국 최고상 수상

2025-11-03 18:11
 작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한국 문학의 위상을 일본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제79회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수상한 것이다. 한국 문학을 전문적으로 소개해 온 일본 쿠온출판사가 10년에 걸친 집념으로 일궈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2014년 번역 기획을 시작해 2016년 첫 두 권을 선보인 이후, 장장 2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완역해내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일본 출판계의 가장 영예로운 상 중 하나를 거머쥐며 그 위대한 여정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번 수상은 '토지'가 지닌 문학적 가치와 시대적 의미를 일본 주류 문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심사를 맡은 일본의 저명 작가 나카지마 교코는 '토지'를 박경리 작가가 1969년부터 25년간 집필하며 600명이 넘는 인물 군상을 그려낸 불후의 명작이라 소개했다. 특히 그는 '토지'가 한강과 같은 현대 한국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문학사적 계보의 중요성을 짚었다. 나아가 "근현대사를 식민지로부터 비춰보는 관점이 매우 귀중하다"고 평하며, 이번 완역이 일본 출판계에 '극히 큰 수확'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지'의 완역본 출간은 일본이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심 없이는 불가능한, 출판사의 사명감과 뚝심이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성과다. 쿠온출판사와 김승복 대표의 노력은 단순한 번역 출간을 넘어,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들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한 작가의 문학 세계를 온전히 되살려내고 그 가치를 알리는 데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러한 헌신은 지난해 10월, 완역된 '토지' 20권 전권을 작가의 고향인 통영시에 기증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어졌다. 김승복 대표는 2016년 1, 2권을 들고 박경리 작가의 묘소를 찾아 완간을 약속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키게 된 벅찬 감회를 밝혔다. 작가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 감동적인 행보는, '토지'의 일본 완역이 단순한 출판 프로젝트가 아닌, 문학을 통해 이어진 진심 어린 교감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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