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시도하면 '사망'…동남아 범죄 지옥의 실태, 당신도 타깃이 될 수 있다
2025-10-16 17:37
성명서에 담긴 범죄단지 내부의 실상은 그야말로 생지옥을 방불케 한다. 인신매매로 끌려온 피해자들은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 채 상상하기 힘든 폭력과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구타와 전기고문은 일상처럼 자행되고, 독방 감금과 끔찍한 성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 음식과 깨끗한 물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비좁고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한다. 일부 범죄 조직은 피해자들을 물건처럼 다른 조직에 팔아넘기거나, 이들을 볼모로 삼아 가족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등 인간성을 말살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만약 누군가 이 지옥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처벌이거나 실제 죽음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조직들이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좀비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속망을 피해 다른 곳으로 근거지를 옮겨 버젓이 운영을 계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의 잔인한 사업 모델이 세계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도 포착됐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현지에 만연한 부패의 사슬이 있다. 범죄 조직들은 정부 관계자, 정치인, 지역 유력가들과 결탁하여 비호를 받으며 처벌을 피해 가고 있다. 이 검은 커넥션이 존재하는 한, 범죄의 뿌리를 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유엔의 분석이다.
유엔은 각국 정부의 대응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작 중요한 피해자 신원 파악,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그리고 보복 조치 예방 등 핵심적인 조치들이 모두 미흡하다는 것이다. 유엔은 각국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인권에 기반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5개월 전, 대한민국 정부는 이 끔찍한 현실이 담긴 보고서의 사본을 전달받았다. 과연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동남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지 모를 피해자들의 절규를 생각하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