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경비는 필수업무 아냐"…이재명 정부 노동 브레인의 '폭탄 발언'에 노동계 발칵

2025-09-16 17:27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싱크탱크의 책임자급 인사가, 소위 '노란봉투법'의 적용 대상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배제될 수 있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아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진짜 사장(원청)의 책임을 묻기 위한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궤변"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출범한 '노동정책연구회'의 노동조합법 분과장이자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이승욱 씨가 있다. 그는 지난 5일 한국노총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통해, 청소 및 경비 용역 업무가 원청 사업의 '필수적인 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해당 하청 노동자들이 개정된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과거 CJ 대한통운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인정한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판결의 핵심 기준 중 하나가 '하청 노동자의 노무가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그 사업 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여부였는데, 이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청소·경비 용역은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건물의 청결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가 해당 기관의 핵심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러한 분석이 알려지자, 대학과 공공기관의 수많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16일, 이 교수가 재직 중인 이화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와 경비가 필수 노동이라는 것은 사회적 상식"이라며, "진짜 사장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든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장은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는 진짜 사장 역할을 하면서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 온 원청에 드디어 책임을 물을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청소, 경비 노동이 원청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아 교섭이 어렵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신박한 헛소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현장의 분노는 더욱 뜨거웠다. 10여 년간 이화여대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해 온 이애경 조합원은 이승욱 교수를 향해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가 매일같이 화장실, 강의실, 책상까지 쓸고 닦지 않아도 이 거대한 대학 건물이 멀쩡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하는 일이 어째서 대학에 필수적인 업무가 아니란 말이냐"고 절규했다.

 

이어 "우리의 임금, 근무인원, 업무량 등 모든 노동조건은 사실상 원청인 이화여대가 결정한다"고 지적하며, "법이 진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려 한다면, 우리가 진짜 사장인 이화여대와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교섭조차 못 하게 막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된 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동정책연구회'는 지난 7월,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출범한 전문가 그룹으로, 사실상 정부의 노동정책 설계를 주도하는 곳이다. 이런 조직의 핵심 인사가 노동계의 숙원인 노란봉투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 해석하는 듯한 분석을 내놓은 것에 대해 노동계는 깊은 우려와 배신감을 표하고 있다. 취재진의 연락에 이승욱 교수는 어떠한 답변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