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퍼지는 젊은 암..세계가 경악한 ‘젊은 암 팬데믹’

2025-07-10 14:48
 최근 국제 의학계에서 주목하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젊은 암 환자’의 급증이다. 특히 50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조기 발병 암’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추세를 넘어, 새로운 공중보건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조기 발병 암의 발생률은 무려 79.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27.7%나 늘었다. 학계는 이러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까지 발생률이 31%, 사망률은 21%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젊은 층에서 대장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30대 대장암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젊은 대장암 환자 수는 34.3%나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도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젊은 대장암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혈변이다.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대규모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기 발병 대장암 환자의 약 45%가 항문 출혈을 경험했다. 이어 복통(40%)과 배변 습관의 변화(27%) 등이 주요 증상으로 보고됐다. 특히 혈변은 대장암의 가능성을 최소 5배 이상 높이는 주요 경고 신호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치질이나 위장장애 등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늦어지고 있다. 실제로 23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증상 발생 후 대장암으로 확진되기까지 평균 6.4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젊은 사람은 암이 아닐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조기 진단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 성과가 매우 높다. 1기 단계에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보고되며, 내시경으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진행된 후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 등 보다 침습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박윤영 교수는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혈변이나 복통, 체중 감소 등 작은 변화라도 반복되면 바로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는 암의 조기 진단뿐 아니라 암으로 발전 가능한 용종을 제거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대부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종이나 톱니모양 용종처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반면 증식성 용종처럼 암 전환 가능성이 낮고 작다면 경과 관찰도 가능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윤숙 교수는 “용종을 제거한 후에는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추후 검사 시기를 달리해야 하므로,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진단 후 치료 단계에 들어서면 외과적 절제가 기본이 되며, 2~3기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항암 치료가 병행된다. 항암 치료는 재발률과 사망률을 각각 35%, 24%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직장암의 경우 수술 전 종양을 줄이기 위한 방사선·항암 병합 치료가 먼저 시행되기도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최정윤 교수는 “수술 후에도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어 항암 치료가 중요하며, 전이암 환자도 항암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와 생존 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치료는 오심, 구토, 혈구 감소증 등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피부 트러블, 고혈압, 단백뇨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과 관리가 요구된다. 최 교수는 “보조식품이나 즙, 농축액 같은 민간요법은 피하고, 체력과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항암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의 대장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인슐린 저항성, 장내세균 불균형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오기노 슈지 교수는 “설탕과 가공식품, 붉은 고기 위주의 식단이 대장암 위험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당뇨 전 단계인 인슐린 저항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병원성 대장균의 특정 균주와의 관련성도 제기하고 있다. 오기노 교수는 “이러한 요소들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은 분명하다”며 “암 예방은 유년기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대장암 환자 급증은 단순한 질병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 생활 습관 변화의 필요성, 그리고 의료 시스템 내 인식 개선까지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