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쳤다” 빗맞은 홈런마저 넘기는 오타니, 3경기 연속 폭발

2025-05-28 15:27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괴물 같은 타격 페이스를 이어가며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4회초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3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올 시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에 오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입증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상대 선발 태너 비비에게 삼진을 당했지만, 2회 2사 3루 상황에서는 고의4구로 출루하며 경계심을 자아냈다. 그리고 4회 2사 1루, 비비가 던진 시속 83.9마일(135km)의 커터를 초구에 노려친 타구는 이상적인 중심타격은 아니었으나, 발사각 39도, 발사속도 104.5마일(168.2km/h)의 비거리 110m짜리 대형 홈런으로 연결됐다. 타구 궤적만 보면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처럼 보였지만, 공이 뻗어나가는 힘은 ‘비범’ 그 자체였다. 오타니의 괴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장면이었다.

 

이번 홈런은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통산 10번째 3경기 연속 홈런이자, 올 시즌 두 번째였다. 특히 55번째 경기 만에 20홈런을 달성한 것은 다저스 구단 역사상 1951년 길 호지스(21홈런), 2019년 코디 벨린저(20홈런)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오타니가 가장 빨리 20홈런에 도달했던 것은 2021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70경기째였다. 올해는 그보다도 15경기나 빠르게 20홈런 고지를 찍은 셈이다.

 

 

 

이날 홈런으로 오타니는 5월에만 벌써 1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다저스 구단의 한 달 최다 홈런 기록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다저스 역대 월간 최다 홈런은 페드로 게레로(1985년 6월)와 듀크 스나이더(1953년 8월)의 15개이며, 오타니는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남은 며칠 동안 두 개 이상의 홈런을 더 추가한다면 단독 1위도 가능한 상황이다.

 

홈런을 지켜본 동료들과 상대 투수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저스 내야수 맥스 먼시는 "정말 멋지다. 질투심도 느껴진다"며 "잘못 맞은 타구가 홈런이 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평범한 인간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고 극찬했다. 홈런을 허용한 비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저 타구는 뜬공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넘어가는 걸 보니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타구의 질보다 결과에 더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완벽하게 맞지 않았지만 회전이 잘 걸렸다. 헬륨 풍선처럼 계속 날아가는 느낌이었다"며 "지구상 누구보다도 실수한 타구를 넘길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선수다. 어쩌면 애런 저지와 오타니 둘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의 최근 상승세는 단순한 파워뿐 아니라 ‘선구안’에서도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은 “요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집중력이 더욱 좋아졌다. 본인이 자신 있는 공에만 반응하고 나쁜 공은 참아낸다. 최근엔 볼넷도 많아졌는데, 볼넷을 얻을 줄 알고 좋은 공에만 스윙할 때 장타가 자연히 따라온다”며 오타니의 타격감이 절정에 도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오타니의 5월 장타율은 0.776로, 이는 본인의 월간 최고 장타율(0.545)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뜨거운 타격감은 팀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LA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34승 21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오타니의 이 같은 활약은 다저스의 가을 야구는 물론, 오타니 개인의 홈런왕 도전까지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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